2020. 8. 15. 20:20
*유혈 묘사, 비속어가 나옵니다.
1997. 07. (수정함..)
(탁, 드르륵- 녹음기가 돌아간다.)
경찰관: 폴 애덤스 부인. 최초 신고 자시죠.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시겠어요?
폴 애덤스: 네. 그때가 저녁이었죠. 해가 지고, 저녁을 먹은 뒤니까 아마 8시일 거예요. 저희 집 뻐꾸기시계가 고장 났거든요. 그렇지만 주말에 늘 하는 쇼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있었으니 맞을 거예요. 이 동네는 다들 낡은 집에 방음도 되지 않아 집 창문을 열어두면 가끔 옆집 소리가 들리곤 하죠. 모기가 들어오지만요.
젠킨스네는 항상 조용해서 괜찮았어요. 문제는 그 반대편 윅 영감이지. 최근에 트럼펫을 분다고 지랄을... 아무튼. 그 부인도 조용하고, 아들도 조용했죠. 요즘 안 보이더니 어디 명문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다나.. 벌써 방학이 됐나 봅니다. 호호.
경찰관: 네, 부인. 저.. 그런 이야기 말고 본론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날 목격하신 상황이요.
폴 애덤스: 오, 이런. 제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군요. 계속 이어가면 조용한 젠킨스네도 가끔은 시끄러울 때가 있어요. 젠킨스 부인의 울음소리였죠. 가끔 났어요. 그녀는 아침마다 마주치는데 늘 우울해 보이는 인상이었어요. 마트에 가면 그래도 평범해 보이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 날은 별안간 고함소리가 나는 거예요. 알아들 수 없었지만 무엇 때문에 화가 많이 난 것 같았어요. 그러고는 바로 싸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났죠. 너무 놀라서 창밖으로 내다봤지만 젠킨스네는 항상 커튼을 치고 있어서 안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 집에서 이렇게 큰 소리가 난 적은 없거든요. 불안한 마음에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요.
(부인이 헛기침을 한다.) 물 좀 주시겠어요? 어휴, 내가 그때를 생각하면...
경찰관: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저희도 일이라...
폴 애덤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아니에요. 항상 수고하시죠. 계속할까요?
경찰관: 네, 부탁드립니다.
폴 애덤스: 그 뒤로는 경찰이 도착하더라고요. 애셔가 걱정되는 마음에 따라갔어요. 애 엄마가 일 하러 나가면 아이가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종종 끼니를 챙겨줬거든요. 손자 같은 아이죠. 그렇게 처음엔 문을 두드렸어요. 안에서 인기척은 있는데 대답이 이상하게 없는 거예요. 경찰관 둘이 결국 문을 부수고 들어갔죠. 집안은 난장판이었어요. 현관에서부터 꽃병은 넘어져있고, 여행가방은 열려있어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이 다 쏟아 나와있었죠.
경찰관: 안에 든 것도 기억하시나요?
폴 애덤스: 네, 이상한 파란 안감의 가운 같은 옷과 카메라.. 아, 사진이 많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했죠. 사진이 죄다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후에 다시 들으니 공백이 많다. 애덤스 부인이 잠시 고민한 걸까?) 정말 괴상한 광경이었지만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거실은 멀쩡했어요. 거실까지 사람이 없길래 둘러보고 있었는데, 경찰이 부엌에서 소리를 치더군요. '경찰입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세요!' (경찰을 따라 하듯 걸걸한 목소리를 낸다.)
무기라니!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진 거죠? 너무 놀라서 심장이 덜컹, 하는 기분이었어요. 가까이 가서 보니 젠킨스 부인이 칼을 들고 애를 찌른 것 같았습니다. 애셔는 반쯤 피투성이었죠. 어휴.... 어휴... 그 어린 게 살겠다고 지 엄마 팔을 붙잡고 버티는데... (부인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친다.) 애 엄마는 경찰이 오자 당황한 것 같았어요. 경찰들도 바보는 아닌지 (진술을 받아쓰던 경찰관이 큼, 헛기침을 한다. 부인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 틈을 타 한 명은 부인을 제압하고 한 명은 밑에 깔려있던 애를 끌어서 구하더군요. 그러고는 제가 다시 구급차를 불렀어요. 젠킨스 부인은 수갑이 채워졌고요. 채워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목에서 피가 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거 놔! 내 잘못이 아니야! 다 저 새끼가, 그 자식이 나를, 다 속여서, 씨발! 애셔! 그 새끼랑 네 눈을 다 판 뒤에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젠킨스 부인의 목소리를 따라 한다.) 얌전한 사람이 그러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미친 줄 알았어요.
구급차와 경찰차가 오는 소리에 온 마을 사람이 나오더군요. 어휴, 한동안은 다들 그 이야기를 할 거예요.
경찰관: 저런.. 쯧. (파일을 정리하는 소리가 난다.) 증언 감사합니다, 부인. 다른 문의 사항이 있으면 또 연락하겠습니다.
(툭, 녹음기의 테이프가 다 돌아갔다.)